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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되는 중_ 범진
  • 작성자 김정은
  • 조회수 39
2026-06-22 01:05:48

발밑에 흙이
천천히 식어가
너의 계절이
내 어깨에 내려앉아

숨 고른 바람
팔을 스치고
닿지 않던 맘이
작은 싹처럼 올라와

나는 나무가 되는 중이야
너를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져
여기 뿌리내린 채로
떠나도 좋으니
네가 쉬어가면 돼
나는 나무가 되는 중이야
말 못 한 사랑들이 잎이 되어
조용히 너를 덮어
하루를 견뎌

비 오는 날엔
더 선명해져
네가 흘린 말들
가지마다 적셔져

잡으려 했던
손을 놓고서
저 멀리 보려고 해
멀어지는 네 얼굴

나는 나무가 되는 중이야
너를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져
여기 뿌리내린 채로
떠나도 좋으니
네가 쉬어가면 돼
나는 나무가 되는 중이야
말 못 한 사랑들이 잎이 되어
조용히 너를 덮어
하루를 견뎌

언젠가 내가
다 말라버려도
네가 지났다는
기억 하나면 돼

바람 타고 온
너의 웃음이
내 나이테 속에
고요히 번져가

나는 나무가 되는 중이야
다시 오지 않아도 괜찮다며
여기 그대로 있을게
눈 감은 채로도
너를 알아볼게
나는 나무가 되는 중이야
늦은 밤 혼자서 울다 지쳐도
뿌리 깊이 숨겨 둔
네 이름으로 살아

발밑에 흙이
조금은 따뜻해
아마도 오늘 넌
내 그늘 생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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