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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중 정거장에서 26/06/11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9
2026-06-11 17:08:51

잠시 장차중인 정거장에서

나는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함께 타고 있는 이 열차가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정거장을 함께 지나왔는지
조용히 헤아려 보았다.

너는 내 곁에 앉아
창밖의 풍경보다
내 안의 작은 흔들림들을 먼저 바라봐 주는 사람이다.

내가 괜찮다고 말해도
피곤한 기색을 읽어내고,
별일 아니라고 웃어넘겨도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묻는 사람.

그래서 오늘,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치아가 욱신거리던 통증에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날카로웠고,
예민한 말투로
너의 마음을 스치고 말았다.

아픈 건 내 몸이었는데,
그 불편함을 이유 삼아
너의 다정함에 상처를 낸 것 같아 미안하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힘들 때마다
아무 말 없이 내 옆자리를 지켜준 사람이
바로 너였다는 것을.

열차가 크게 흔들리는 날에도
"괜찮아?" 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던 사람,
내가 잠시 지쳐 고개를 숙이면
조용히 기다려 주던 사람.

그래서 고맙다.

내 건강을 걱정해 주는 마음도,
밥은 먹었는지 묻는 습관도,
오늘 하루 얼마나 애썼는지 살펴봐 주는 눈빛도.

나는 표현이 서툴러
고맙다는 말을 자주 놓치지만,
너의 사랑 덕분에
나는 이 긴 여행을 두렵지 않게 걸어오고 있다.

우리의 종착역이 어디일지는
나 역시 알지 못한다.

때로는 늦게 도착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정거장에서
잠시 멈춰 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앞으로도
네 옆자리를 지키고 싶다.

좋은 풍경 앞에서는 함께 웃고,
흔들림이 심한 구간에서는
서로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아주면서.

오늘의 예민함은 미안했고,
오늘도 내 곁에 있어 준 너는 참 고맙다.

그러니 사랑하는 정은아,

혹시 내가 지쳐 보이는 날에는
지금처럼 조용히 내 이름을 불러주고,
혹시 네가 힘든 날에는
이번에는 내가 너의 창가에
따뜻한 마음 하나를 놓아둘게.

우리의 기차가
조금 느려도 괜찮다.

너와 함께라면
어느 정거장도 외롭지 않고,
어떤 계절도 견딜 만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다시 한번
네 옆자리에 앉는다.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두 손에 꼭 쥔 채.

다음 정거장에서도,
그다음 정거장에서도,

나는 너와 함께
같은 창밖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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